“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행동”으로 만들어낸 완전범죄 이야기
기욤 뮈소의 새 소설 ‘아가씨와 밤’은 생택쥐페리 고등학교의 개교 50주년 행사에 25년 전 ‘빙카 사건’에 연관된 졸업생들이 참석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빙카 사건’은 25년 전 학교의 모든 남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여학생 ‘빙카 로크웰’이 학교의 철학 선생님 ‘알렉시 클레망’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나 실종된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은 학교 내의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 소재로 활용해 공연을 할 정도로 학교의 전설적인 이야기로 내려오고 있지만, 사건의 전말은 단순한 사랑의 도피가 아닌 살인과 사체유기로 물든 치정사건 이였습니다.
빙카 사건이 있던 25년 전 그 날,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행동’ 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들의 결과, 빙카와 ‘알렉시 클레망’이 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 둘의 시체를 유기하고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는 소문까지 만들어 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날 살해당한 ‘알렉시 클레망’이 완전히 무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까지 주요 인물들은 사건이 밝혀서 자신들에게 올 피해와 빙카 사건의 복수를 하고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할 뿐이였습니다. 심지어 주인공 유명 소설가인 토마는 모든 사건이 완전 범죄로 마무리 되자, ‘소설가의 특권’이라는 합리화와 함께 이 사건을 자신의 새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시신까지 유기한 범인들이 전혀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저는 오랫동안 빙카 사건을 조사해왔던 기자 스테판이 마지막에 진실을 밝히면서 권선징악을 행하는 장면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스테판은 토마의 부모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행동’이 빙카 사건을 얼마나 철저하게 완전범죄로 만들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빙카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무고했던 피해자 ‘알렉시 클레망’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범인의 처벌은 물론, 유족들에게 생사조차 알릴 수 없게 끝난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자식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은폐하고 빙카 사건의 복수자로부터 자식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올바른 모성애와 부성애의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그들의 입장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그들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두가지 생각이 함께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고, 과거 기욤 뮈소의 작품들처럼 뻔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