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khail2m

책: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작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식상하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유시민 작가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앞 장에서는 ‘국가란 무엇인가’ ,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생각을 시대순으로 언급하면서 국가관의 발전상을 보여주었고, 제 5장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라는 의문사 형태로 질문하면서 애국심이란 국가라는 특수한 집단에 의해 생겨난 상호 배타적인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다음, 제 6장 ‘혁명이냐 개량이냐’에서는 혁명은 개량의 길이 봉쇄되었을 때 즉, 점진적 공학이 더 이상 소용이 없을 때 일어난다고 하였으며 제 7장 ‘진보정치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작가가 원하는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이 어떠한 형태인지 나타나게 됩니다. 마지막 장에는 우리나라 정치와 국가 방향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피력하면서 마무리합니다.

작가가 꿈꾸는 훌륭한 국가는 고대 그리스 목적론적 국가론처럼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라고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고(칸트의 도덕법), 국민을 인간으로 존중하고 책임지고 보호해주는 그런 국가(진보자유주의, 복지국가)를 말합니다. 그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이게 나라냐” , “이것이 국가란 말인가?”라는 구호를 듣게 되었고 2011년에 출판한 이 책이 개정신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모두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국가를 경험해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는 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모든 시민들이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훌륭한 국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라는 정의는 다양하고 여러가지 국가론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훌륭한 국가를 만든다고 하면 남녀노소 누구든지 책임윤리를 가지고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핵심은 국민의 참여와 소통인데 만약 이 부분이 결여된다면 국민을 속이고 사리사욕만 챙기는 악인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선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선인을 온갖 권모술수로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 염증을 느껴 떠난 사람들,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사회에 많아질수록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때처럼 중우정치에 빠질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의 행동에 책임윤리를 가지고 자신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예를 들어 적어도 투표는 선택이 아닌 권리이자 의무로 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4·19 혁명 때 거리에 쓰러졌던 청년과 학생들, 유신시대에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했던 대학생과 종교 지식인들, 5·18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 6월민주항쟁 때 최루탄과 경찰과 맞섰던 시민들, 광우병 촛불시위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 등 민주공화국을 세울 때 미리 치르지 않았던 비용을 후불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진보정치의 무능력 및 책임회피과 시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민주주의 국가시스템의 근본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가게 만들었고 결국 촛불시위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훌륭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들이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정치인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요구를 파악하면서 의지를 대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언급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용구로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책: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

소설가 김영하의 여행, 그리고 여행을 바라보는 아홉 가지 이야기.

1장 추방과 멀미

첫 번째 이야기는 2005년 당시, 작가가 집필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지만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합니다. 매우 불운한 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흔치 않은 경험이 결국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여행이란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여러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고 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로 예시를 보여주는데, 여행을 떠난 많은 이들이 여행을 마쳤을 때 본인이 원하던 외면적 목적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평소에 인식하지 못 했던 내면적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 여행의 어원이 travail(고역)에서 유래된 점을 보면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여행이란 고향에서 머물지 못 하고 타지를 떠돌아 다니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련이라고 여겼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현재 우리는 지루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을 얻고 싶은 마음과 안정적이고 통제된 삶에서 위험한 변수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 상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장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작가는 서두에 “나는 호텔이 좋다.”라고 말하면서 운을 뗍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텔에 머무는 동안에는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로부터 받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크면 클수록 작가는 여행을 더욱 갈망하였다고 합니다. 필자도 일상에서 주어지는 문제에 도피하고 싶을 때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를 상상하곤 하는데 아마도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3장 오직 현재

사람들은 대개 과거를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과거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 경험들 중 의미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하고 이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언제나 그 순간에 있었던 여행지보다는 집에 누워있을 때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4장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는데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이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1995년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여행 인구가 5억 2천만 명이었으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2016년에는 12억 4천만 명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하였습니다. 여행은 피곤하고 위험하면서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인류의 본능이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이 이동하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여행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5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다섯 번째 이야기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김영하 작가가 독특한 화법으로 방송 경험을 풀어내는데 특히 프로그램 편집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출연자들이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여행을 다니고 저녁 식사 때 모여 본인들이 겪은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인데, 편집하는 제작진들도 모든 여행을 리뷰할 수 없어 최종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작가도 최종 편집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른 여행들을 체험하게 되는데 심지어 본인이 직접 다녀온 여행지조차 편집하는 사람의 느낌과 색깔에 영향을 받아 좀 더 깊이 있고 색다른 여행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즉, 최종 영상은 타인이 보여주고 싶은 여행의 정수만 골라서 체험할 수 있으면서 본인은 여행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를 “방구석 여행자”라고 표현했는데 모두가 어느정도는 방구석 여행자이며 일인칭 시점으로 수행한 이 ‘진짜’ 여행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이 함께 숙성되면서 우리의 여행이 좀 더 명료해진다고 합니다.

6장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 소설을 보면 주인공은 자신의 그림자를 신비한 인물(악마)한테 파는 대가로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행운의 자루’를 얻게 됩니다. 그림자라는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을 파는 대신 엄청난 부를 얻었지만 주인공은 곧 그림자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사회에 환대받지 못 하였고 결국 혼자가 되었지만, 우연히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법의 장화를 얻게 되면서 여행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즉, 현실에서 여행자는 그림자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타지에서 어떤 의무와 책임도 또한 어떤 소속감도 가지지 않습니다.

7장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일곱 번째 이야기는 여섯 번째 이야기의 반전을 담아냈는데, 여행을 통해 얻는 또다른 기쁨은 타지에서 경험하는 환대라고 합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같이 탑승하고 있는 승객으로서 모두가 동료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곤란한 여행자를 도와주는 것은 선순환을 유발합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고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면서 떠나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8장 노바디의 여행

실뱅 테송은 “여행의 기쁨”에서 괴테를 인용하는데 ‘여행은 여행자가 외부 세계에 감행하는 습격이며 , 여행자는 언젠가 노획물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약탈자다’라고 언급합니다. 반면에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면 고마워하며 소식이나 정보 및 선물 등을 주고 떠나는 이들도 있으므로 외부인은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성숙한 여행자라면 자신을 타지의 상황에 따라 “섬바디(특별한 사람)” 혹은 “노바디(현지인 코스프레)” 중 하나를 선택해서 현명하게 대처하게 되는데 이는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9장 여행으로 돌아가다

일상과 여행의 관계는 마치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다고 합니다. 현실은 어지럽고 복잡하고 무질서합니다. 그러나 소설은 현실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만 질서가 있고 통제가 가능합니다. 여행은 우리를 집중시키고 한 도시의 정수만을 맛보길 원하며 여행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행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소설과 닮았으며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를 탐험하고 안전하게 출발점에 돌아옵니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행자로 규정할 수 밖에 없는 최종적인 이유가 여기서 두드러지는데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세상을 다시 느끼고 정신이 한껏 고양된 상태로 돌아오면서 다시 일상을 여행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영화: 미스트(The Mist, 2007)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소설이 원작인 SF 영화 ‘미스트’는 다소 식상?하고 근본 없는 SF 소재를 사용했지만 초점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고립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 날, 사람들은 이러한 재난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기이한 안개는 점차 마을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고 심지어 군인과 소방관, 경찰관들이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안개 속에서 도망친 한 노인이 피를 흘리면서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라고 소리치면서 마트 안에 들어오게 되고 마트 밖은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히게 됩니다.

‘미스트’의 이야기는 안개 속에 갇힌 마트 안의 사람들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먼저 안개 속의 ‘괴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주: 변호사 브렌트 노턴)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면서 마트 밖에 나갑니다. 그 후 돌아오거나 살아남았다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군인들이 구출해주길 기다리는 남은 사람들은 주인공 데이빗의 말을 따라 마트 유리벽에 장벽을 쌓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립된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지고 데이빗의 아이를 돌보시던 할머니 한 분이 수면제를 먹고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카모디 부인은 성경의 말씀을 악용하면서 선동을 일으켜 추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주인공 일행은 카모디 부인 일행과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주인공 일행은 마트에서 빠져 나가기로 결정합니다. 마트에서 탈출한 후 차를 타고 안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차 연료가 다 떨어지자 데이빗은 최후의 선택을 합니다. 차 안에 남아 있는 인원들은 전부 데이빗 손에 죽게 되고 본인은 총알이 부족해 혼자 살아남아 차에서 내립니다. 그 순간 데이빗은 사람들을 구출한 군인들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 장면 1분을 위해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씁쓸한 결말로 막을 내립니다.

재난 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하는 ‘안개’, 모든 종류의 인간을 반영한 하나의 고립된 사회를 상징하는 ‘마트’, 안개 속에 존재하는 위험요소인 ‘괴물’. 이 영화의 SF 요소는 단지 고립된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되고 본질은 이러한 위기상황에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선한 면과 악한 면 그리고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등을 관람객의 입장, 즉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라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화살촉 프로젝트나 마트에 고립된 군인 병사 한 명이 마녀사냥 당하는 장면 등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영화를 보신 후 직접 판단해보시는 것을 권유합니다. 저는 영화 ‘미스트’에서 작가나 감독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진짜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것과 어느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요즘 시대에 비해 조금 허술할 수 있는 SF 요소라는 점이 있지만 스토리텔링만큼은 전혀 식상하지 않고 현실적인 폭로를 담아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