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헌트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이라는 책에서 드라이퍼스 모델이라는, 기술 습득과 통달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드라이퍼스 모델에 따르면 초보자에서 전문가에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초보자
- 고급입문자
- 중급자
- 숙련자
- 전문가
초보자는 해당 기술 영역에서 사전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규칙이 필요한 사람을 말합니다.
고급 입문자는 고정된 규칙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아직 큰 그림은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중급자는 문제 영역에서 개념적 모델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죠.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숙련자는 이전에 잘못했던 일을 스스로 교정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도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하고 뭔가가 잘 안 될 때 무엇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압니다. 중급자보다는 전문가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든 지식과 정보의 근원으로 늘 더 나은 방법과 수단을 찾습니다. 적절한 맥락에서 써먹을 수 있을만큼 방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직관적으로 세부사항 중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기술 및 분야별로 적용되는 모델로,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나면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얻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무술 수련에서도 수, 파, 리라고 유사한 개념이 있습니다. ‘수’는 가르침을 받은대로 따라하는 단계, ‘파’는 수련의 의미와 목적을 되새겨보고 더 깊이 이해하고 흡수하는 단계입니다. ‘리’는 가르침을 넘어서고 경험을 초월하는 단계로, 더이상 학생이 아니며 새로운 방법을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에 진학한 학생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석사과정을 초보자에서 고급 입문자가 되기 위한 단계(수)라고 한다면 박사과정은 중급자를 거쳐 숙련자가 되기 위한 단계(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문가(리)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 졸업후에도 몇 년의 경험이 더 필요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해보자면 1년에 250일씩, 하루 4시간의 의식적인 연습을 한다고 했을 때 10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물론 1만 시간이 절대적인 값은 아닙니다).
의식적인 연습은 쉽지 않지만 이를 통해 일을 잘 하게 되면 자율성이 커지고 일 자체로부터 내적인 보상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일에 몰입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의 전문 기술로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훌륭한 전문가가 되시길 바랍니다(자율성, 숙련, 목적).